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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삶

👋 한 해를 보내면서 (`20.01.19)

by SEUNGHO BAEK 2020.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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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다이어리에 쓴 글을 사진만 넣어 그대로 옮겨 적는다.

    지난 한 주. 다사다난하고도 많은 감정들이 오갔던 한 주였다.

    작년 생일 무렵, 내 해는 생일을 전후로 바뀌는 것 같다는 말을 부모님께 한 적이 있다. 올해 역시 그 비슷한 감정을 많이 느꼈다. 많은 일들이 생일을 전으로 마무리 지어졌으며 다음 생일까지 열릴 새로운 기회와 경험에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다.

    🕴 인턴

    작년 말일(12월 31일)에 이번 겨울에 제일가고 싶었던 회사에서 인턴 면접을 보고 왔다. 당시 나는 Plan B로 지원했던 회사들은 모두 떨어지고 이 회사의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던 터였다. 회사 측의 작은 실수로 원래는 일주일 가량 먼저 봐야 했던 면접도 극 연말로 미뤄진 터라 더더욱이 이 회사만을 바라보는 상황이었다.

    면접을 보면서 지원자도 회사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고들 한다. 여러번의 인턴 면접을 거치면서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원하던 직무는 아니었지만 세계 기업 순위 안에 드는 기업에서도 면접을 봤고,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회자되는 기술 스타트업의 원하는 직무 면접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면접 직전 회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 할수록 확신은 작아졌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나와 맞지 않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차라리 되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까지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곳 만큼은 달랐다. 다른 회사들에 비해 덜 유명할지라도, 또 해당 직무에 대한 이해도도 높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더 일찍 알게된 곳이기도 하고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져만 갔다. 면접을 진행하면서는 그런 확신이 더욱 강하게 들기도 했다. 처음 보는 분들 앞에서 진심으로 나를 바닥까지 털어놓기도 했고, 그런 대화에서 공감이 생기고 있음을 느꼈다. 이 곳이라면 어찌 되든 몸을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난주 월요일 이런 확신과 공감이 나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채용 담당자분의 전화를 통해 전해들을 수 있었다. 정말 기뻤다. 다음 생일이 오기 전까지의 적어도 절반은 이곳에서 보내보려 한다.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면접때도 한 얘기가 하나 있는데, 미국에서 지내던 시절 어머니가 내게 해주신 말씀이 있었다.

    “아무리 힘겨워도 3개월만 버티면 뭐든지 할만 하다."

    적어도 아직까지 틀린 적이 없는 말이다. 3개월 보고 가는 거다.

    🏫 경영대로의 전과

    의류학이 싫다거나, 전공 적성에 어긋난적은 없다. 그렇다고 경영학이 너무 좋다거나, 전공 적성이 미칠 듯이 잘 맞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내게 정말 소중한 것이 딱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정보문화학이고, 다른 하나는 TNT다.

    👨🏻‍💻 정보문화학과

    베이징에서. 정말 먹고 놀고 자고밖에 안 했다.

    군에서 복무하던 시절, 당시까지 경험한 대학 공부가 내게 줄 수 있는 것에 대한 회의를 진하게 가졌었다. 복학 이후 재수강을 하고 의류 전공을 들으면서 이런 회의감은 더 강해졌다. 누가 PPT를 잘 외우는지, 누가 수업 내용을 빠트리지 않고 꼼꼼하게 필기했는지, 누가 시험 전 날까지 교수님의 농담까지 한 자도 빼놓지 않고 기억하는지는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의 그 어느 것에도 가깝지 못한 것들이었다. 그해 여름, 나는 중국에 있는 친척집에서 2주 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마음을 내려놓고 지난 복학 첫 학기와 나를 돌아봤다.

    한 때 PD의 꿈을 꾼 적이 있다. 같은해 봄에는 한 공영 방송사 PD가 진행하는 언론고시 준비반 수업을 듣기도 했다. 준비반에서의 경험은 내가 상상하던 것은 아니었다. 현직 PD의 모습도 그러했고, 같이 수업을 듣던 사람들의 모습도 그러했다. 내 옆의 사람들을 보며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란 걸 느꼈을 때는 미련 없이 나왔던 것 같다. 오해를 막기 위해 말하자면, 그들이 좋은 사람이냐는 문제보다는 내가 원하거나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의 문제였다.

    중국에서 이를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되고싶었던 건 PD가 아니라 창조물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더불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고려하면 당시에는 PD가 만드는 창조물은 있어도, 이를 봐줄 사람들이 없어지는 거 아닌가 라는 고민도 했던 것 같다. 그때는 그렇게 IT 기술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다. 영상과 IT의 형태는 다르지만, 결국 하는 일은 비슷하다고 느꼈다. 매개로 어떤 걸 쓰느냐의 차이 아닌가. 그렇게 중국에 있는 동안 프로그라피에 지원했고 전공 진입도 안 한 상태에서 시간표를 정보문화학 전공으로 가득 채웠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결정이었다.

    정보문화학 과제 전시회에서 두 번 연속으로 인기상을 수상했다 ^___^

    이후에는 주변 사람들 모두 알다시피 작년까지 미친듯이 일 년 반 동안 정보문화학 수업을 들었다. 다른 수업들에 비해 밤도 많이 새우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많이 느꼈으니 결코 ‘쉬운 수업들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단연코 내게는 ‘즐겁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경영대 친구들은 이해 못할 수 있지만 즐거운 팀플들의 연속이었다ㅎㅎ.

    심지어는 거의 모든 팀플에서 종강 이후에도 뒤풀이를 가졌다. 복학생 주제에 매우 과분하게도, 새내기로 돌아간 흥분으로 학교를 다녔던 지난 일 년 반이었다. 정보문화학 전공을 들으며 좋은 사람들, 높은 학점(?), 포트폴리오 등 여러 가지 것들이 남았지만 가장 소중한 건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았을 뿐 아니라 지난 일 년 반 동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생하게 경험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자연스럽게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것에 대한 관심으로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창업인지 취업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배운 것들을 교양 삼아 앞으로의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

    🎾 TNT

    후우. 이제서야 두 번째 얘기, TNT다. 정보문화학이 그동안 대학공부가 주지 못한 갈증을 한 순간에 확 해결해줬다면, TNT는 대학에 입학한 순간부터 소속감을 느끼게 해 준 마음의 고향이었다. 이제 와서 고백해보자면 테니스라는 운동이 너무 좋았다기보다는 TNT에서 만난 사람들이나 분위기에 안정감을 느껴 무려 5년 동안이나 메여있지 않았나 싶다. 남들에게 대학 동기가 과 동기를 의미한다면, 내게는 TNT에서 만난 지겨운 인간 사람들이 대학 동기다. 대학 생활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함께한 친구가 대학 동기의 정의라면 그럴듯한 합리화라고 생각한다.

    2019 종합체육대회 우승 기념

    그런 곳에서 지난 5년동안(15년에 입학하고 올해가 20년이니…) 타과생의 신분으로 몸을 담았다. 공강 시간이면 동아리 방에서 시간을 보냈으며, 점심 먹을 사람은 동아리 톡방에서 찾았다… 여행도 동아리 사람들이랑 가고, 술도 동아리 사람들이랑 마시고, 진로 고민도, 서로의 기쁨과 슬픔도 동아리 사람들과 나눠왔다. 하도 썩다 보니 타과생 최초로 회장까지 맡게 됐다.

    🎓 경영대

    그래서 결론이 뭐냐. 첫째는 현실적 이유다. 정보문화학 수업을 들으면서, 전공에 대한 갈증은 어느정도 해결된 탓에 내게 중요한 건 얼른 졸업하는 것이 돼버렸다. 의류학을 전공하려면 경영학을 전공하는 것보다 학점을 20학점 가량 더 들어야 한다. 이상한 계산 같지만 내 상황에서는 사실이었다. 또 산업계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한몫한다. 커리어를 생각할 때, 어떻게든 경영학 학위가 주는 이점이 있지 않은가.

    둘째는 심리적 이유다. TNT에서 5년 동안이나 썩다 보니, 경영대 수업도 얼마 안 들었는데 마음은 이미 경영대생이 다 된 것 같이 살아왔다. 소속감부터 느껴버리고 적을 바꾸는 그런 시나리오라고나 할까…

    별 것 아닌 이유지만, 설명하자니 애매한 지점이 많아 주저리주저리 써버렸다.

    아무튼. 나 경영대생이다.

    🎂 생일

    생일 아침 일어나니, 핸드폰이 방전돼서 켜지질 않았다. 전날 부모님과 함께 친척집에서 아침을 맞이한 순간이었다. 충전을 시켜놓고 늦은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날도 좋고 한가하니, 남양주 서종까지 드라이브를 해 커피까지 한 잔 했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올겨울에는 눈이 참 안 왔다. 잘 가꾸어진 정원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가족들과 얘기를 나누는데, 거짓말처럼 예쁜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생일이라고 누가 준비해놓은 것처럼 말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사진도 찍고, 디저트도 먹으면서 얘기하다 집에 돌아왔다. 진짜 선물이었는지 눈이 녹아 오는 길에는 편하게 왔다.

    돌아왔는데 왠걸, 여전히 핸드폰이 먹통이었다… 충전단자가 고장 난 듯했다. 그래서 핸드폰 바꿨다. 똑같은 모델에 똑같은 색깔로.ㅋㅋㅋㅋ 방전되는 바람에 자잘한 정보는 다 날아가서 덕분에 새해를 깨끗해진 핸드폰과 함께 맞이하게 됐다.

    돌아와서는 TNT 인간 사람들한테 서프라이즈 파티를 받았지 뭐야🥰 이거 자랑하려고 이글 쓴 거다.

    아무튼, 한 해 끝난 기념으로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봤다.

    Adieu 2019~

    2020.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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